Six Weeks 13
캐붕.막장 주의
맞춤법 엉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논 커플링 올캐러 좀비재난물.
중간에 한 문단이 두 문단과 뒤바뀌는 사고가 있어 급히 고쳤으나 이상한 점이 남아있다면 꼭 말해주세요.
무엇이든 괜찮으신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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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얼마 남았어?"
"다 와가. 저기...미스시라 역이 보여."
얼마나 걸었을까, 밝아오는 여명에 저 멀리 역이 보였다.
이제 저기까지가면 드디어, 고생하지 않아도 괜찮아.
겨우 쉴 수 있어.
군대에 보호를 받으면서 부모님을 기다릴수 있다고.
동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오소마츠와 카라마츠 두 사람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원래부터 이 곳이 안될경우 히스라시로 가기로 했으니까,
여기서 군대를 찾지 못하면 살아남을 다른 방법을 다시 찾아야만 하니까.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오소마츠가 선두로 나서 걸어가면
도시의 상태는 금방 눈에 띄여왔다.
지진 때문인지 여기저기 무너진 흔적들이 처참했고 당연하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고
졸린 눈을 부비는 동생들을 끌고 역 안으로 들어가면 마찬가지로 인기척 따위 없는 스산한 공기와 함께 여기저기 흩어진 피자국, 버려진 총기들이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엉망으로 널브러진 피범벅의 보호구나 밟혀 죽은 듯한 사람의 시체들을 피해 역 밖으로 나가면 바깥의 상황은 더 끔찍했다.
버려진 경찰차들과 군용트럭들이 음산함을 부추겨 토도마츠는 필사적으로 카라마츠의 팔을 붙들었다.
해가 완전히 고개를 들 때까지 살폈지만 희망 따위 없었다.
도중 몇 번이나 군복을 입은 좀비에게 덮쳐져서 그때마다 오소마츠는 부서질 거 같은 팔로 체어샷을 휘둘러야만 했다.
이곳에 희망이 없다는 결론은 확실하게 다가왔지만, 아직 한 가지 문제점이.
이렇게 군대가 전멸했다, (어쩌면 후퇴했다)라는 흔적이 보이는데 다음 도시로 가도 괜찮은 건가?
히스라시에 가면 살 수 있다는 확률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 거지.
벌써 동생들은 지쳐있다.
어쩌지.
여기선 어떻게 행동해서 어디로 가는 편이---
"우선 너희는 여기있어. 여기서 잠 좀 자둬. 밥도 제대로 먹고..아직 식량 남았지?"
"에, 오소마츠 형?"
우선 사람이 없어보이는 건물 꼭대기 층까지 동생들을 끌고 올라간 오소마츠는 사무실로 보이는 곳의 문을 열었다.
안쪽에 사람은 없어보였고 운좋게 오염되지 않은 생수통과 정수기까지.
"여기 무슨 보험 업체? 그런거 같은데 잘됐네. 오늘은 여기서 자둬. 문은 밖에서 제대로 막아둘테니까..."
"잠깐, 잠깐만 형!!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혼자 나가겠다고!?"
"뭐야, 형아 걱정해주는거야?"
"당연하잖아!!!"
"방법이 없어, 밤에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우니까. 누군가는 나가서 상황을 살피고 정리해야지.
만약 이 상태로 다음 목적지까지 간다해도 그곳에도 희망이 없으면 전멸이야.
그러니까 밖에 나가서 지금 이곳이 어떤 상태인지 보고올게.
오는 길에 제대로 선물 챙겨올테니까, 부탁한다 카라마츠."
"나만 믿어라."
"응, 고마워."
"잠깐..기다려!!형!!!!오소마츠 형!!!!!....씹, 이거놔 카라마츠!!"
"혼자가는거 미친짓인거 형도 알잖아!?"
"형아...."
"오소마츠 형,.."
"걱정마 걱정마, 제대로 살아돌아와서 너희들 머리도 빌릴테니까!"
덜컹--
쾅!!!!
"거짓말...왜 혼자가게 내버려둔거야!!!!나도...!!!"
"위험하다 쵸로마츠, 조금만 참아줘. 우리들의 형이니까 괜찮다고.
오소마츠가 죽을리가 없지 않은가."
"너 정말...."
"쵸로마츠형...됐어...따지고 보면 형 말 틀린거 없잖아...누군가는.."
"........"
"형아들..톳티,"
"...하, 그래. 됐어. 됐다고. ....잘테니까, 깨우지마."
"아..나!!컵라면 먹을건데 먹을 사람 있슴까?! 맛있게 만들어 주겠구만유!"
"음, 그럼 부탁할까 쥬시마츠."
"아이아이!!!"
"정수기 있는게 기적이네. 끓는 물이면 괜찮..겠지? 쥬시마츠 형, 나도 먹을래."
"컵라면 톳티 가방 안에 잔뜩 있지!?"
"응, 잠시만...나는 이걸로 할래. 형들은?"
"그럼 나는 역시 파란 뚜껑을."
"나는 우동!!!!이치마츠 형아는?!!?"
"아...난...잘래...."
"앗..알겠슴다!! 좋은 밤 되세요!!!"
"응, 좋은 밤....."
"쥬시마츠 형 보통 그런 인사 안쓰니까,"
"그런가!?"
"정말---"
쵸로마츠가 구석에 몸을 말고 잠든 곁에 이치마츠가 조심스럽게 끼어들고 쥬시마츠가 컵라면을 들고 정수기 앞으로 시끄럽게 뛰어갔다.
토도마츠는 이 물통으로 세면장을 만들수 있지 않겠냐며 카라마츠와 나름의 설계도를 그려나갔다.
자연스럽게 출입구 쪽을 등으로 누른 카라마츠는 토도마츠의 말을 경청하면서 바깥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아직 위험한 발소리는 들리지 않고, 가벼운 바람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
"쯧....."
오소마츠는 눈 앞의 군복 무리들을 보며 자세를 낮췄다.
원래라면 반가워야 하는데 좀비가 되어버린 그들은 결코 반갑지 않았다.
오히려 눈이 마주 치지 않기를 속으로 빌어야만 했다.
혹시 몰라 탄창이 두발 남아있는 저번에 주웠던 그 총을 장전하며, 오소마츠는 포복전진으로 그곳을 빠져나갔다.
무의식적으로 숨을 멈췄었는지 그 공간을 빠져나오자 마자 가빠지는 숨을 천천히 죽이며 오소마츠는 거리를 돌아다녔다.
해가 높이 오를수록 거리에 좀비때들은 늘어났다.
더는 몸을 숨기며 갈수 없을정도로.
하지만 오소마츠는 자신이 있었다.
죽지 않을 자신.
지금은 목적지가 있기에 지상을 이용하고 있지만 챙길 물건을 전부 챙기면, 위쪽.
담과 담을, 건물의 옥상과 옥상을 넘어다니면 주변 상황은 금방 파악할수 있다.
성인이 된 후 니트 생활을 이어가던 중 둔해져버린 신경이지만 그래도 할 수 있다고 오소마츠는 자신을 믿었다.
자신을 지킬수 있는건 자신뿐이니까.
그리고, 자신을 지켜야 동생들을 구할수 있으니까.
자신이 여기서부터 죽어버리면 앞날이 깜깜하단걸 오소마츠는 잘 알았다.
한계를 모르는 차남과 한계를 알아도 멈출수 없는 삼남만으로는 절대 아래 동생들을 맡길수 없다.
그리고 그들 조차 결국 오소마츠에게는 동생이니까.
"좋아,.....가자. 오소마츠."
카리스마 형아잖아.
오소마츠는 가볍게 자기 암시를 걸고 중앙으로 뛰쳐나갔다.
빠르게 좀비 사이를 스쳐 첫번째 가게에 멈춰선 순간 망설임없이 의자를 휘둘러 유리창을 깨 안쪽으로 진입,
입구는 셔터가 걸려있으니 살짝 높은 위치로 깨뜨려 뛰어 넘어온 유리창은 진화형이 아닌 이상 들어올 가능성은 희박해보였다.
오소마츠가 들어온 곳은 전자기기를 파는 가게.
최신식을 기대하고 들어온건 아니었다.
가게 외관은 아직껏 쇼와시대를 지향하는 듯 낡아 있었으니까.
"여기 어디...아,"
오소마츠는 다행히 구석에서 원하던 것을 찾을수 있었다.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소형 라디오.
건전지는 제대로 들어있다.
적어도 연결이 되면 좋을텐데.
찾아낸 작은 희망을 집에서 챙겨온 로프와 주운 권총이 들어있는 후드티의 주머니에 대충 구겨 넣으며 오소마츠는 천천히 들어온 길을 돌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 좀비들이 들끓는 거리는 들어올때처럼 쉬워보이지 않는다.
오소마츠는 망설임 없이 한팔로 얼굴을 가린 채 의자를 휘둘러 유리창을 전부 깨트렸다.
그후 단 1초도 허비할수 없다는 듯 소형의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던져 맨 앞 달려나온 좀비의 안면에 명중 시킨뒤
바닥을 양 손으로 짚고 뛰어오르는 반동으로 카운터로 쓰이던 탁자를 걷어 차 올렸다.
좀비들이 그 아래 깔려 기괴한 비명을 지르는 사이 바로 몸을 일으킨 오소마츠는 그 카운터를 밟고 위로 뛰쳐올라 달려오던 다른 좀비의 머리 위를 날아갔다.
께진 유리창 조각이 붙어있는 창틀로 망설임없이 손을 뻗어 붙잡고 다시 반동을 이용해 바닥으로 구르듯 떨어지면 우선 첫번째 탈출은 무사히 끝,
오소마츠는 그대로 앞으로 달렸다.
무전기를 얻었으니 이제 지형을 살피고 식량을 조금 구해서 돌아가면 된다.
근처에 보이는 건물로 뛰어 들어간 오소마츠는 주머니에 잠들어 있던 주머니 칼을 꺼내 먼저 앞에 있던 좀비의 얼굴을 그어 내렸다.
한 번에 네 칸까지 도약을 하며 한쪽 팔에 휘어감긴 의자로 반대쪽 좀비를 밀치고 칼을 고쳐 잡은 뒤 다시 도약함과 동시에 칼을 고쳐 잡고 오소마츠는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 낼 기세로 달렸다.
몇 마리인지 셀 수도 없는 좀비 때들이 오소마츠의 살갗 냄새에 미친듯이 아래에서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몇몇 관절이 굳은 평범한 좀비들은 계단을 올라오지 못한채 떨어져 나갔으나 관절이 자유로운 좀비들은 계단을 밟고 끝까지 뒤를 쫒아온다.
헉, 헉.
가쁜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목 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마지막 계단은 난간을 붙잡아 위로 몸을 끌어올리는 형태로 올라가면 오소마츠는 힘을 담은 일격으로 잠겨있는 옥상의 문고리를 부수고 안으로 들어섰다.
"후우.....하, 하악,....."
이마에서 떨어지는 땀을 후드티로 닦으며 오소마츠는 잠깐 생겨난 여유 속에 호흡을 골랐다.
좀비가 닥쳐오기까지 아마 1분도 걸리지 않을것이다.
다음 옥상까지의 거리, 이곳의 도약이 가능한 위치.
실수하지 않도록 제대로 다리에 힘을 넣고 오소마츠는 다시 칼을 바지 주머니로 되돌렸다.
그으어억,
좀비들의 목소리가 바로 뒤까지 다가온 순간 겨우 가다듬은 숨으로 다시 앞으로 달려 옥상의 낮은 시멘트 난간을 밟고 도약,
빈틈없는 낙법으로 반대편 옥상에 착지하면 공중을 넘어 올수 없는 좀비때들은 비명같은 소리로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겨우 좀비에게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쳐 온 오소마츠는 아까보다 더 여유롭게 호흡을 고르며 등을 기대어 앉아 타는 목에 침을 삼켰다.
니트로 굳어진 몸뚱아리에 지나치게 체찍질을 한 탓인지 몸이 삐걱거리고 심장은 당장 터지는게 아닐까 하는 정도로 뛰고있다.
겨우 5층, 전력으로 뛰어 올라온 것 뿐인데.
아아, 돌아가면 절대 운동 안 쉴....
"하..하하.......돌아갈수는 있는건가....."
포기하진 않을거지만, 그래도 조금 걱정되네.
아냐, 응. 절대 돌아갈수 있겠지.
좀비 영화에 구원이 없는건 아니니까...
난 너희들과 살아서, 그래서 같이 살아갈테니까.
"희망, 보였으면 좋겠네..."
*
"응...."
"아...우리 얼마나 잤......오소마츠 형,"
"......."
슥---
눈을 뜨면 아직 희미하게 컵라면의 향이 남아있는 방의 천장이 먼저 보이고,
그 다음으로---
지친듯한 새빨간 등.
팔 다리를 늘어트린채 옆으로 조금 웅크려 잠든 오소마츠가 곁에 있었다.
오소마츠가 가져온 듯한 검은 봉지안에는 인스턴트 식품이나 가벼운 과자, 칼로리가 높은 초콜렛과 애너지 바가 반쯤 넘쳐 담겨있었고,
만일을 대비한 건지 접힌 채의 박스도 몇 개 뒹굴고 있었다.
그 팔에 꽉 휘감긴 쇠사슬의 비릿한 향은 아마 다른 철분의 냄새도 섞여있겠지.
쵸로마츠는 우선 형을 깨우지말자고 동생들에게 눈짓했다.
카라마츠가 조금 언짢은 듯 잠든 오소마츠를 바라보았지만 동생들의 압박감에 딱히 말을 꺼내진 않았다.
밖에서는 희미하게 석양이 지고 있으니 최소 6시간은 넘게 잠들었던거겠지.
몸은 조금 무겁지만 더 이상 피로감은 없다.
그 사실에 만족하며 쵸로마츠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쵸로마츠형, 이거봤어? 나랑 카라마츠 형이 만든건데!"
"응?이게 뭐....혹시 세면대?"
"정답!!"
"헤에, 이거 괜찮은데?"
스트레칭을 하던 쵸로마츠에게 끼어든 토도마츠가 보여준 것은 방 구석에 놓여있는 물통이었다.
정수기의 물을 교체하기 위해 예비용으로 둔 것 같은 그 물통은 입구를 막은 비닐막에 작은 구멍이 여러게 뚫린 채로 몸통부분이 줄에 묶여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그것을 살짝 기울이자 마치 샤워기처럼 물이 흘러 쵸로마츠는 며칠만에 제대로 세수를 하고 손을 씻었다.
흐르는 물은 아래에 놓인 서랍으로 떨어져 바닥도 젖지 않는 깔끔함이 마음에 들었다.
"의외네, 이런거 만들줄 알았어?"
"톳티 대단해!!"
"그치? 집에서 종이비누 한병 챙겨왔으니까 이거 써. 사람이 제일 중요한게 위생이잖아.
이런 상황일수록 더 중요하다구!"
"틀린말은 아니지. 카라마츠 형도 좀 씻어!"
"어, 응...."
"자, 이거 줄테니까."
얼떨결에 세면장 앞으로 떠밀려간 카라마츠는 토도마츠가 손바닥 위로 부어주는 작은 장미꽃잎들을 멍청히 바라보았다.
엄지손가락만한 병에 가득 들어있는 장미꽃잎들을 종이비누라고 말하며 토도마츠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카라마츠에게 사용방법을 알려주고 있으면 쵸로마츠는 오소마츠가 가져온 봉지의 내용물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처음으로 과잔 초콜렛, 컵라면 같은 식량들, 그 뒤로 치약이나 일회용 칫솔, 휴대용 물티슈.
의외로 이런 부분까지 신경 써준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남은 것들을 꺼내면 나머지는 노트 두권이었다.
줄과 무제의 노트가 각각 한권씩.
어디에 쓰려고 가져온건지...대충 짐작은 가지만.
"토도마츠 이거...Rose의 향기가 투머치하군..."
"원래 그런거야!!그런 용도라고!!"
"톳티, 주먹밥 먹을래?! 오소마츠형이 가져온 것 중에 있었어!!!"
"아..확실히 요즘 너무 라면만 먹었으니까. 응, 먹을래!"
"그거....안전은 한거지?"
"일단 유통기한은 오늘까지지만...아..날짜감각 흐릿해--~이거 오늘 까지 맞나?"
"13일이면 오늘이 맞다. 집을 나올때 제대로 달력을 봐뒀으니까"
"그럼 괜찮겠지 뭐!"
"토도마츠 너 의외로 그런거 괜찮아 하네."
"지금 따질때가 아니잖아, 그정도는 알아."
"이치마츠형아, 주먹밥 아직 남았어! 형아도 먹겠슴까!?"
"아...난 괜찮아. 생수면....."
"이치마츠, 제대로 먹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카라마츠 말이 맞아. 이렇게 쉴 수 있는 공간은 앞으로 다시 만날 거란 보장이 없잖아. 자, 어서."
".....하아...알았어. 그럼...그 형도 슬슬 깨우지 그래. 벌써 해가 반은 저문 거 같은데, 앞으로 어쩔지 의논하지 않으면 안 되잖아."
"아...확실히. 그럼 일단 형 몫의 라면도 만들어두고 깨우자. 5분이라도 더 자게 두고 싶어."
"응...라면, 줘. 내가 할게."
"같이 하자."
부스럭----
주륵--
"앗뜨..."
"조심해,"
"응..."
빨간 카펫이 깔린 바닥,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노을 빛.
컵라면을 만드는 형제와 잠에 빠진 형제,
모여서 주먹밥을 먹는 형제.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며 여전히 문을 등으로 막은 채 앉아있는 형제 하나.
카라마츠는 등을 문에 기댄 채로 노을을 바라보았다.
새빨갛게 피어올라 어둠으로 저물어가는 태양빛.
자신들의 미래가 어떨지 생각하고 싶진 않았다.
그전에, 떠오르지 않았다.
카라마츠의 머리 속은 단 한가지 결심, 한가지 사실만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자신의 유일한 형과 함께 동생들을 지켜나가는 생활.
언젠가 그 붉은 등이 저 노을처럼 사라지더라도..
'.....아니,'
형님이 그럴리가 없지. 그렇지?
나는 전부 알고 있으니까.
지금도 이곳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잠들어 있는 것뿐이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형님이 저렇게 잠들어 있을리 없어.
동생들의 얘기 소리에도 깨지 않은 채 저렇게 조용히...
"카라마츠 형, 여기."
"내 것까지 만들어 준건가. 고맙다 쵸로마츠!!"
"식사는 다 같이 하는 편이 좋잖아. 오소마츠 형!! 형도 그만 일어나!!
....하아..토도마츠, 좀 깨워봐."
"응, 오소마츠형!! 형?"
"밥 먹자요!!"
"아으.....응..."
"그만 일어나, 밥 다 됐어. ....그래봤자 라면이긴 하지만."
"응?밥?아---맞다. 나 돌아와서부터 기억이 없어...그대로 자버렸나.."
"..무슨 일 있었어?"
"그냥 좀 달렸거든, 횽아 너무 뒹굴거렸던걸까~ 톳티처럼 헬스라도 다녀야 했던걸까~"
"하여튼..그러게 방 안에서 뒹굴거리지 말랬지,"
"어라? 여기 오는 내내 계~속 헐떡거렸던건 누구더라?"
"시끄러!!!!!가서 손이나 씻고와!!!!!!"
퍽---!!
"아팟--!!찼어요 이 사람!!!!"
"저 둘 또 시작이야...?"
"그래도....오소마츠형이 있으니까..."
"활발해서 좋구만유!!!"
"아아, 확실히. 어이! 쵸로마츠, 그 쯤하고 와라. 너무 늦게 문을 열면 그 안에서 잠들어 있던 비너스는 눈물을 머금고..."
"네네 쵸로마츠형 카라마츠 형이 면 분다고 빨리 오래~"
"지금 가!"
"맛있는 냄새~!"
"매일 질리도록 먹은거잖아. 오소마츠 형."
"맛있는건 맛있는거지! 이런건 안질릴수록 좋다구~"
"형님의 말이 맞다. 식량은 앞으로 이 컵라면이 대부분일지도 모르니까."
"뜨거운 물이 있을때 먹을수 있는 축복이라구~포만감 있고, 따뜻하고~
이거 아니면 통조림들이거나..."
"생라면이라도 부서먹고 있겠지."
"쵸로쨩 정답!!!'
"훗, 상으로 이 카라마츠님의 싸인을...."
"필요없어."
"에,에에...."
"카라마츠형은 진짜 안쓰럽다니까---~"
"몇번 당해도 굴복하지 않네요!"
"그정도로 무시 당하면 학습할때도 됐는데 말이지...히힛..."
"그걸 학습하면 카라마츠가 아니지."
"역시 쵸로마츠 형!!꿰뚫어 보고 있구만유!!'
"믿음직스럽네....."
"너희들 너무 카라마츠 놀리지 마라구~울어버릴지도?"
"형님, 난 울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오소마츠...."
"아, 알았어~알았으니까 그렇게 째려보지 말라구!!!"
능청스럽게 웃으며, 어느새 바닥이 보이는 컵라면을 대충 마신 오소마츠는 구석에서 아까 쵸로마츠가 찾아 낸 노트와 펜을 챙겨왔다.
먹으면서 들으세요~
위기감따위는 없는 장남의 목소리였지만 전원 오소마츠에게 시선을 모으고 집중하면 오소마츠는 줄 없는 노트 위에 슥슥 그림을 그려넣기 시작했다.
구불구불 흩어지고 엉키는 빨간 선들에 난감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린 쵸로마츠가 도대체 뭘하냐고 묻자 오소마츠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지도, 라고 말했다.
"하아?!?!이게 어딜 봐서 지도야!?퍽이나 알아보겠다!!"
"이정도면 완전 똑같이 그린거거든!!!!"
"아예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지 않나. 뭣하면 내가 다시 그릴테니까.
오소마츠 설명을 마저 해줘."
"역시 카라츙~사회 생활 할 줄 안다니까?
잘봐, 우선 이 일대는 완전 좀비 밭이야.
진화형 좀비의 숫자는 정확히 판단되진 않지만 아마 40%.
그중 군인 좀비가 절반인걸로 봐서 이미 이 도시는 가망성이 없다고 봐야해."
"그런....''
"그리고, 높은 곳까지 올라가봤거든.
발생지인 도쿄 쪽은 모르겠지만 주변 동네는 전부 버리는게 좋겠더라.
우리가 원래 여기 다음으로 가려고 했던 히스라시도...
가봤자 전멸일걸."
"그럼....그럼 어떡해?"
"여기서 계속 살수는 없잖아...."
"우선...식량은 충분히 있고, 쨘, 라디오도 챙겨왔거든?
윗선에 생존자가 있다면 보도는 해주겠지.
딱 3일. 그때까지만 여기서 버티면서 대책을 세워보자. 알았지?"
"응..."
"정착도 앞으론 없을 일일지도 모르지. 이 틈에 제대로 쉬어둬라 브라더들--"
"적응도 중요하니까 낮 밤 바뀌는 생활도 이 틈에 적응해둬.
..그리고 오소마츠 형. 얘기 끝났으니 물어보는 건데...그거 안불편해?
밥 먹을때도 그림 그릴때도 엄청 철컥 철컥 하고 있는데."
"응? 아~쵸로짱 이거 신경 쓰였어? 그럼 말을 하지~이렇게 팔에 감아두는 편이 휘두르기 편하니까 이렇게 둔 것 뿐이야.
단순하다구--"
"적어도 쉴 동안은 풀어둬. 이쪽까지 신경 쓰이니까."
"네네,"
철그럭---
툭---
"그래도, 진짜 아이러니하네."
"톳티?"
"괴물의 밤이랑 인간의 낮이 바뀐거잖아...
어쩌면...어쩌면 우리들..이대로 어둠 속에서 살아야 할지도..."
"톳티..."
"바--보, 그럴리가 없잖아!!치료제도 개발되고 좀비 소탕도 말끔하게 될거라고!!
아니면 혹시 몰라, 웜바0스처럼 감정있는 좀비가 나타날지?
울 막내는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 하지말고 횽아들이나 믿어~
절대 돌아갈수 있다니까?"
"오소마츠 형..."
부드럽게 슥슥,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오소마츠는 내친 김에 쥬시마츠, 이치마츠 쵸로마츠까지 쓰다듬어 주었다.
쵸로마츠 선에서는 일부러 장난스럽게 머리카락을 헝클여 제대로 짜증난 쵸로마츠에게 걷어 차이기도 했다.
그리고 원래라면 똑같이 쓰다듬어 줬어야 할 카라마츠의 앞.
오소마츠는 이제까지와 다른 미소를 카라마츠에게만 보이도록 살짝 지으며 부드럽게,
천천히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보통이라면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주 약하게 억누른 섬뜩함.
서글픔과 조금 닮아있는 그 손짓으로 카라마츠를 쓰다듬으며 오소마츠는 입모양으로 살짝 속삭였다.
-동생들, 지키자.
카라마츠는 그런 형의 쓰다듬을 받으며 특유의 텅 빈 미소로 웃으며 대답 했다.
-아아, 당연한것 아닌가.
*
-직--치직---칙---
기괴한 전염병이 발생한지----칙------일이 지났습니다...
현제 생존자들은--칙---......치직...반복해서 말씀드립-----직---존자 들은...--키타,
나가노, 오사카, 구마모토, 그리고 남 훗카이도와 오키나와의 피난 쉴터에 집합 해 있ㅇ---
----칙----일 13시 각 도, 현, 구에 군대를 보낼----생존자들은 탑승하여 대피소로 이동---
"오소마츠 형,"
"응, 역시 챙겨오길 잘했다니까~"
"그치만 지금 낮인데...괜찮을까?"
"나가면 바로 창문 있지? 거기서 백색 깃발을 흔들고 있으면 될거야."
"드디어...우리 살 수 있어...이걸로 됐다구...."
"다행이지 톳티!!"
"응, 진짜 다행이야 쥬시마츠 형!!"
"백색 깃발은 대충 여기 커튼 정도면 되겠지. 쥬시마츠, 네가 흔들어볼래?"
"맡겨만 주세요!!"
"그래그래, 우리 오남 믿음직해~"
그로부터 정확히 3일이 지난 시점.
기적적으로 보도 된 방송에 아이들은 모두 들떠있었다.
전파가 심하게 일그러져 처음에는 듣지 못했던 말이 많았지만 중요한 방송이라 몇번이고 반복해서 보도 된 탓에 이젠 그 내용을 외울 정도였으니까.
토도마츠는 희망이 보인다며 웃고 있었지만,
오소마츠는 동생들의 시야가 자신에서 떠나면 말없이 미소를 지우고 한동안 잡을 일이 없던 의자를 붙잡았다.
뒤를 돌아보면 차남 역시 제대로 전투를 준비하고 있으니 뒤는 맡겨도 괜찮겠지.
저 뉴스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소마츠 역시 저 뉴스를 믿고 싶었다.
하지만 확신이 서 주질 않았다.
여기엔 이미 수많은 군인들의 시체가 있으니까.
과연 그들이 여기까지 도달해 줄지 어떨지 오소마츠의 안쪽에서 믿음은 자라주지 않았다.
부디 저 막내의 미소를 앞으로도 볼 수 있기를 보이지도 않는 누군가에게 기도할뿐,
만약 군대가 도착하지 못한다면 자신들의 피난소까지 걸어가면 되니까 긴장은 늦추지 않은 채
오소마츠는 시계의 바늘들을 빤히 바라보며 언제라도 휘두를수 있도록 커튼 봉을 붙잡은 쥬시마츠를,
그 옆의 동생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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