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오래 흐른다.
오래...라고 해봤자 실은 10분도 체 되지않았다.
하지만 쵸로마츠가 피와 남은 유리조각과 물을 모두 치울때까지
장남은 욕실에서 나오지않았다.
욕실에 들어가기 직전 보였던 흉흉한 기세에 모두 들어가기를 무의식적으로 꺼려하던 순간,구원투수가 등장했다.
"다녀왔슴다 머슬머슬!!허슬허슬!!!"
"쥬시마츠,"
"쥬시마츠형!"
"어라라~모두 얼굴 이상해!!피냄새 구려--!"
"...."
"아하하핫.이치마츠형 얼굴이 더 대단해~판다판다!"
"-......"
"쥬시마츠."
활짝 웃으며 텐션을 폭팔시키는 쥬시마츠에게 이치마츠가 무언가를 전하려다 목을 붙잡은체 굳어지고
쵸로마츠가 그런 이치마츠를 뒤로 물리며 말한다.
"바보자식 하나가 욕실에 처박혀있어....꺼내줄수있겠어."
"으응!맏겨두세요 머스를!!"
본인이 행동하지 못하고 동생 한태 시킬수밖에 없는 자신이 한심하기만 하다.
아까 그 장소에 쥬시마츠도 있었다면...
자신은 나섰을까.
이럴땐 항상 그 녀석이...
"어....?"
"왜그래 쵸로마츠형..?"
그 녀석이라니,누구였지?
갑자기 넋이 나간 쵸로마츠에게 시선을 두던 토도마츠가 이내 욕실로 시선을 바꾼다.
뛰어들어간 쥬시마츠가 얌전히 장남을 안고 나오고있었다.
전신이 물과 피에 젖은체 의식을 잃은 장남이 쥬시마츠에게 안겨오는것을 보고 모두가 달려간다.
쥬시마츠의 표정이 복잡하다.
"있지 형아,무슨일이 있엇어...?"
"......"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아아,이럴때는 항상 그 사람이 따뜻한 말로 감싸주었는데...
어?그 사람이라니 누구?
주르륵--
"쥬시마츠형... ?"
"이상해에...항상 이럴때...가장 상냥하게 위로해주던 사람이 있었던거 같은데 기억나지않아....
오소마츠형아 피투성이 팔목 욕조에 담구고있었어..
그거 진짜 힘들때 하는거지...
형아도,형아도 그 사람이 없으니까...
그치만...그치만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어어--
흐아아아..."
목 놓아 우는 쥬시마츠를 보며 전원이 침묵한다
쵸로마츠도 토도마츠도 느끼고 있던 위화감을 쥬시마츠가 솔직히 털어놓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있는 이치마츠는 조용히 입을 다문다.
그럼에도 몸의 떨림은 멈추지않아 양팔로 어께를 감싸 등을 구부려 몸을 말았다.
"----"
카라마츠.
그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하지만 목이 지독히 아플뿐 소리는 나오지않았다.
"있지.."
그리고 그 침묵에서 쥬시마츠의 품의 장남이 입을 연다.
"나 못된 형아인걸까."
그 누구도 대답하지않는다.
모두 복잡한 감정으로 지켜볼 뿐이다.
그러다 문득,전원 숨쉬는것 조차 잊은체 장남에게 시선을 집중한다.
울고있다.
철이 든 후로 우는 모습 따윈 없던 장남이 한팔로 얼굴을 감싼체 울고있었다.
"전부..흐으..전부 내 탓이지--미안해,미안해 카라마츠으--좋은 형아가 아니라서....
너 한태 상처줘서 미안해에--
제발 돌아와줘..카라마츠으..미안..미안해.."
카라마츠.
낮선이름인데도 순간 마음이 부숴질듯한 아픔이 동반되는 이름을 부르며 장남은 사과했다.
울면서 사과하던 장남이 불렀던 카라마츠.라는 이름은 모두에게 타격이 되었다.
울던 장남의 손이 몇초 지나지않아 허공으로 추락하고,
바닥으로 흥건히 떨어지는 피에 그제야 모두가 숨을 내뱉고 정신을 차린다.
이치마츠는 떨리는 몸을 겨우 추스리며 비틀거렸다.
장남이 울었다.
그딴 쿠소마츠 탓에.
사과했다.
그딴 쿠소마츠에게..?
아냐,그딴 쿠소마츠가 아냐.
우리 모두가 했다면 그를 막을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행동.
사과..하는것.
하지만 자신은 하지않았다.
쵸로마츠와 쥬시마츠만 지나가는말로 할 뿐이었다.
이틀동안 이치마츠는 많은 고민을 했었다.
옆자리가 추워.망할마츠 때문이야.
외로워.스트레스 풀 사람이 없잖아.
진작 사라저버리라고 할땐 옆에서 믿는다는 소리나 지껄이더니....
왜 사라지라고하지도 않았는데 사라지는거야.
그런 생각 사이에서도 이치마츠는 착실히 알고있었다.
사라지라고 등을 떠 민 것은 자신이다.
매일 죽으라고 말한것도 자신.
그 날--노을 아래서 슬픈표정으로 자신들을 바라본 카라마츠에게 확인사살을 한것도--
장남의 울음에 사과에 이치마츠는 회피하고 회피하던 답에 부딪혔다.
무의식인지 의식했던것인지는 본인도 모르지만 그동안 회피한것에 대한 대가는 컸다.
순간 숨을 쉬지 못할 만큼의 고통이 이치마츠를 덮첬다.
그것은 후회.사과하고 사과해도 끝나지않을 이치마츠 자신의 죄.
형제 전원이 오소마츠를 병원에 대려가기 위해 분주한것과는 달리 이치마츠는 그 자리에서 굳어서 움직일줄을 몰랐다.
보다못한 토도마츠가 이치마츠를 두들겨 억지로 신발을 신겨
밖으로 내보내고 나서야 5명 모두 병원으로 출발할수있었다.
손수건으로 대충 지혈한 오소마츠의 손목에서는 피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다급해진 쵸로마츠가 쥬시마츠를 재촉한다.
우여곡절 끝에 병원에 겨우 도착하고 오소마츠의 치료가 시작되었다.
유리조각에 찢긴 손과 발 이외에도 두세번 더 그었는지 팔목에는 길다란 상처가 죽죽 그어저있다.
마취제를 놓고 의무적으로 손목을 꿰매는 광경을 보며 모두 숨을 죽인다.
"상처는 깊지않지만 수혈의 필요는 있습니다.혈액형이.."
"아아!!저!저요!나 형아랑 같은 혈액형!"
"쥬시마츠형 우리 쌍둥이니까 당연한거거든?"
"그 뜻이 아니잖아 토도마츠.저희 전원 A형입니다."
"아아,그럼 형제분들중 한분이 와주시지않겠습니까 아무래도 그편이 거부반응이 작을것 같고.."
"나!!나 할래애 나아아아!!!!!"
"쥬시마츠,병원에선 조용히!"
툭툭.
"...?"
-내가 할게
"이치마츠?!"
"에,이치마츠형이?"
"그럼 할수없나아..."
"그럼 이쪽분이.."
끄덕.
이치마츠가 병실로 따라 들어가고 다소 침묵이 흐른다.
잠 든 오소마츠 곁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쥬시마츠와
걱정하는 눈빛의 토도마츠
그리고 한발짝 뒤에서 고민에 빠진듯한 쵸로마츠.
몇분 지나지않아 의사가 방 밖으로 나와 혈액팩에 담긴 피를 조금 주입시킨다.
거부반응이 없는것을 확인한후 혈액팩을 링거에 매달고
께어날때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말을 한후 의사는 돌아갔다.
안 그래도 음침하고 다크서클 얼굴인 이치마츠가
완전히 창백해저서 비틀거리며 나오자 쵸로마츠가 서둘러 부축해준다.
"이치마츠 답지 않게 무리했내."
"형아 괜찮아아--??"
끄덕끄덕.
"오소마츠형 괜찮을까."
"장남이야...금방 괜찮아질거야."
눈을 감고 마치 죽은듯이 누운 장남을 바라보며 형제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카라마츠가 누군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이 장남의 이변의 원인이라는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사람은 자신들에게도 관여가 되어있는듯
그 이름을 생각할때마다 가슴이 욱신거리고 아파왔다.
하지만 지금은 장남이 먼저였다.
부디 멀쩡히 일어나서 다시 웃어주기를--
모두가 바랬지만...
과연 신은 그것을 들어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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