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 소설 냥문 13화
오소마츠상-NangMooN / 2016. 11. 4. 19:48
주의
-이치마츠가 형제가 아닙니다
-6명 전부 인간이 아닙니다
-카라이치 아츠토도 입니다
-오소쵸로오소 요소 있습니다
-캐붕있습니다
-막장주의 입니다!!
이 하루는 본래 없던 하루였습니다
필자가 고민끝에 하루만에 모든 일이 일어나면 막장이라고 판단.
급히 하루를 더 만들었습니다
다음편과 어색하게 이어질수도 있고
오히려 더 막장일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카라마츠가 돌아가고
토도마츠는 부드러운 침대에 누워 토끼씨를 꼬옥 끌어안았다.
보들보들한 솜털인형인 토끼씨는 토도마츠의 품안에서 형편없이 일그러져간다.
"하아.."
지독한 수마가 토도마츠를 덮쳐오지만
토도마츠는 쉽게 잠들지못했다.
오소마츠 형이 아프기때문일까,
늘 어둠을 가르고 비쳐들어오던 태양빛이
이제는 미세해서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어둠위로 금색 휘장이 펼처진듯 하늘하늘 나부끼던 빛의 향연은
토도마츠가 늘 오소마츠에게 짜증을 내던 부분이었지만
사실 그것에 안정을 느끼고 매일 잠들수 있었던건데.
미세해서 당장이라도 끊어질것같은 금빛자락을 바라보며 토도마츠는 한숨을 쉬었다.
"조금 허전..한가,"
그러나 곧 고개를 저으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토끼씨를 끌어안고 눈을 감고 다른 생각은 하지않도록
덮쳐오는 수마에 몸을 맡기면
금세 수마에 휩쓸려 잠에 빠진다.
.
.
지상에서는 구름이 하늘을 가득 덮고있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겨울이 다가오는것이 불행중 다행으로
평소보다 약한 햇빛을 쵸로마츠가 구름으로 감싸버린것이다.
현재 이치마츠는 그것에 만족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젯밤 호수에 뛰어 들어서 그런지 작게 재채기가 나왔지만
아무 상관없었다.
오히려 이치마츠는 다시 한번 호수에 들어가 가만가만 세수도 하고 꼬리도 빗었다.
자고 일어났는데도 두근거림이 떠나질 않아서
쓰레기지만, 쓰레기인 자신이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단장하면--
-..쓸대없네 정말...히힛..
이치마츠는 열중해서 빗던 꼬리를 일순 내던졌다
-뭐하는거야 나..사랑에 빠진 소녀?역겹네..
그냥 이대로 있으면 될텐데..
어제 그런짓 해버렸고..
내 성격 알면 달님같은거 떠나가버릴텐데..
....
이치마츠는 시선을 내려 물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더벅하게 엉킨 우중충한 털과
생기없이 반쯤감긴 더러운 노란 눈.
형편없는 외모에 어디 하나 좋은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카라마츠는 아름다운 보랏빛 털과 금색 눈이라며 무척이나 빠져있는것이지만
아직 말하지 않았으니 이치마츠가 알 길은 없다.
이치마츠의 눈으로 보면 자신은 그저 더러운 길고양이 그 이상도 아니다.
어느날은 그 이하로 쓰레기가 되는 날도 있지만
더러운 길 고양이 이상이 되는 날은 일절없었다.
이치마츠의 입에서는 한숨이 흘러나온다.
얼마전에 봤던 달빛 털을 가진 아기고양이가 떠오른다.
자신이 그런 털을 가졌다면,
더럽고 칙칙한 색의 노란눈이 아니라
아름답고 투명한 푸른빛 눈을 가졌다면
자신은 좀 더 아름다웠을까.
그랬을까?
이제와서는 전부 쓸대없는 걱정이다.
자신에게 이름을 지어줬던 어머니라는 고양이는 그런 털빛과 눈을 가졌었던것 같은데.
이제는 아득한 기억이다.
이치마츠는 잡생각을 떨치려는듯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밥이나 먹으러가자..
더 이상 다른 생각은 하지않으려고 이치마츠는 동산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쩐지 오늘은 마을에 가고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숲에서 돌아다니는 쥐라도 물어뜯을 생각으로
이치마츠는 유유히 수풀사이로 사라져갔다.
.
.
.
그때의 오소마츠는 꿈을 꾸고 있었다.
검은 물 사이를 유영하며 오소마츠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어둡고 답답한 물에 숨이 막혔지만 의무적으로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면
차가운 빛이 천천히 스며들고
어느샌가 검은 물은 오색으로 물들어간다.
파랑,초록,보라,노랑,분홍.
자신의 색 대신 낮선 보라색이 형제들의 색을 유유히 흐르러간다.
낡은 필름이 재생되듯이 물 너머에 노이즈가 생긴다.
그때에 본 것과 마찬가지로 너무나도 환하게 웃고있는 자신의 형제와
또한 자신이 모르지만 자신과 무척이나 닮은 한 남자가 보인다.
반쯤 눈을 감은 생기가 없어보이는 눈이지만
카라마츠와 얘기 할때만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들은 즐거운듯 웃으며,
오소마츠가 들어갈 틈 따위는 없다는듯
자기들만의 얘기에 빠져있었다.
그때에 쵸로마츠가 화면 너머로 사라지고
이내 돌아올 때에는 아기 한명을 안고 있다.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병을 입가에 가져가면
그 아이는 성급하게 병에 입을 대고
내용물을 마셨다.
아이의 얼굴은 보이지않지만
저 병은 기억에 있는 병이다.
어렸을적 어머니가 자신들에게 물려주던 생명의 병.
신의 아이에게만 허락된 저것을
저 아이가 마시고 있다면...
"....두 사람의 아이인가..?"
자연스럽게 차남의 품에 안겨있는 남성에게 눈이 간다.
자신과 닮았지만 자신이 아닌 남자.
배일을 머리에 두르고 발끝으로 끌리는 치마를 입고
차남의 품에 꼬옥 매달려 미소짓고 있다.
"...카라마츠..고양이씨는 포기한건가..?"
전혀 그런 느낌은 안들지만.
혹시 저 남자가 고양이씨?
하지만 그런게 가능한건가?
자신들은 생명의 신이 아니다.
고양이를 사람으로 바꾸는 방법따위 모를뿐더러 할 수도 없을것이다.
결국 오소마츠는 꿈 속의 환상이라고 결단을 내렸다.
환상이라고만 칭하기에는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어째서인지 가슴이 쑤셔 괴로웠지만.
다시 화면이 넘어가고 이번에는 두 사람이 비쳐진다.
자신을 닮은 남자와 카라마츠.
카라마츠는 한번도 자신에겐 지어주지 않던 환한 미소를 짓고있었다.
동생들에게만 허락된 그 자상하고 따뜻한 웃음을
카라마츠는 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있었다.
오소마츠는 그제서야 어쩌면 저 사람이 또 다른 자신의 형제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은 쌍둥이다.
그러니까 오소마츠와 닮은게 아니라
정말 다른 형제들과도 닮은 또 다른 형제일수도 있는것이다.
하지만 다음 장면에서는 카라마츠가 부드럽게 그에게 입맞춤을 하는것이 보여진다.
오소마츠는 바로 그 생각을 버려버렸다.
욱신--
"어라라, 왜 이렇게 아프지--?
차남군 미소 때문인가..?
설마 그깟 미소하나 못봤다고 이러는거야?"
아냐.
"난 형아인데도..이상하네...정말.."
그런게 아냐...
".....형아,인데도.."
자신에겐 보여주지않았던 미소.
동생들에게만 허락된 그것을
낮선 사람에게?
결국 오소마츠는 저 사람보다 동생들보다
무쓸모 무가치.
그것은 아프도록 느끼고 있는것이었지만
막상 자신이 모르는 사람에게 그 미소를 보이고
입을 맞추는 차남을 보니 심장이 찢어질듯 아파왔다.
너무나도 눈부시게 행복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에
결국 오소마츠는 작게 흐느끼고 말았다.
"나도...나도 웃어줬으면 했는데...
나도..저렇게..신경써주길 바랬는데...
어째서 나는 안되는거야..어째서...!"
오소마츠의 흐느낌따위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듯
스크린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하얗게 눈이 쌓인 산등선에서 눈을 굴리는 쥬시마츠와 그 남자, 토도마츠.
카라마츠는 느긋하게 웃고있고
쵸로마츠는 따뜻한 천에 아이를 감싸고 나무 밑에 마련된 의자에 숄을 두르고 앉아있다.
또 다른 장면으로는
쥬시마츠가 그 남자의 손을 잡고 심천계를 돌아다니거나
토도마츠와 카라마츠가 옆으로 붙어 함께 옷을 만든다거나 하는
누가보아도 화목의 표본이라고 할수 있을법한 풍경들이었다.
그리고 역시 그 자리에는 오소마츠는 없고
오소마츠의 존재조차 언급되지않는다
모든 장면에는 오소마츠의 존재가 빠져있는데도
형제들은 너무나 행복한듯 웃고있다.
부서질듯 삐걱거리던 오소마츠의 마음 한켠에서
결국 견디지 못한 채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오며 메아리첬다.
"아..."
아파.
아파,아파..아파...
가슴에서 무언가가 끓어넘쳤다
무의식적으로 가슴에 손을 대어보면
검게 끓어오르는 피가 꿀럭거리며 가슴에서 부터 넘쳐 흘러갔다.
오소마츠의 입에서는 아무소리도 나지않고
쉬어버린 신음만 흘렀다.
피가 흐르고 흘러 바닥에 흥건히 고였는데도
오소마츠는 죽지않고 지독한 현기증만을 느끼며 바닥에 엎드렸다
가쁜 숨이 섹섹거리며 터져나오고
현기증에 머리가 마구 흔들렸다.
"쵸로마츠..."
어라..?
나 왜 지금 쵸로마츠를,
아아 모르겠어.
아파..너무 아파,이젠 싫어...
아픈건 싫어..어두운건 싫어....
무서워 무서워 누가 도와줘--
....아냐..?
아무도..도와주지않아..?
너희에게 나는--
(장.남.따.위)
너희에게 나는 필요없는 존재인거야?
장남이..아닌거야..?
"카라마츠...쥬..시마츠..토도마츠읏.."
"나는..뭐야..?너희한테 나는 뭐야..."
안 그런척 열심히 투덜거리고 자신을 내치고
싫어하는 척 욕설도 서슴치않던 동생들이지만
오소마츠는 알고있었다.
동생들이 누구보다 자신을 의지해주고 있다는것을.
그래서 무너지지 않고 웃을수 있었다.
그러니까 아픈것도 괴로운것도 말하지않았다.
그렇지만 이젠 그런것도 거짓으로 느껴질만큼..
"사실은...아무도 날 신경 안쓴다는거..알고있지만..
의지해줬잖아...
흣...장남이었잖아--!!!"
흐아아아아,
오소마츠의 괴로운 울음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져 메아리쳤다.
메아리치고 메아리 쳐서 다시 오소마츠의 귓가로 돌아왔다.
다시금 스크린이 흘렀지만
오소마츠는 괴로운듯 더는 싫어, 라고 중얼거리며
몸을 웅크렸다.
-오소마츠 형,
"...!!!"
쵸로마츠?
쵸로마츠의 목소리...?
슥--
스크린에 비춰지는것은 쵸로마츠와 그 아이.
작은 팔을 뻗고 쵸로마츠의 뺨을 어루 만지고있다
그러면 쵸로마츠는 활짝 웃으면서 아이를 어르듯 다정하게 흔들었다.
"오소마츠--"
아이의 목소리는 들리지않지만 쵸로마츠의 목소리만은 확실히 들려
오소마츠의 귓가를 울렸다.
뭐야..쵸로마츠, 나는 여기 있는데 누굴 부르는거야?
난 여기 있어, 여기 있는데도..
너는 어딜 보고있어--?
그 목소리는 희망을 찾았던 오소마츠에게 더 큰 절망을 주었다.
멈췄던 눈물이 다시 한줄기 흘러내렸다.
오소마츠의 눈은 생기를 잃고 까맣게 변해간다.
스크린이 지직거리며 흩어지고 공간은 순식간에 오소마츠를 집어삼켜
다른곳으로 인도한다.
정신을 차려보면
심천계의 어딘가 처럼 어둡고 깊은 공간에
은빛 실자락이 한쪽으로 가늘게 뻗어있다.
가슴에서는 여전히 검은 피가 끓어넘치고
생기를 잃은 눈은 빛을 찾아 더듬거렸다
빛을 찾던 오소마츠의 손이 허무하게 뻗어져 은빛 실자락에 닿으면
그 실은 순식간에 오소마츠를 휘감아
저 먼 영원으로 오소마츠를 인도한다.
그 순간 오소마츠는 정신을 차렸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깊숙한 기억을 강제로 끄집어 내는듯한
감각으로,
저 아래 수면에 잠겨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언젠가 오래전 자신들의 어머니가 가르쳐 준 것이 있다
오소마츠만을 불러 그를 슬프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언젠가 너는 운명에게 이끌림 당할거란다.
하지만...
운명에게 이끌림..
뒷말은 기억의 흐림에 기억나지않았지만
어머니께서 진지하게 그 일을 함구한것과
영원으로 이끄는 운명의 이끌림을 들은것은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의 오소마츠는 아주 어려서 그것을 이해 하지는 못했지만
때가 오면 은하의 은빛 실자락이 오소마츠를 영원으로 이끌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일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영원 저편에서 부드러운 선율이 들려온다.
-오소마츠,
-너는 누구지?
은빛실이 마구 뒤엉켜 긴 머리를 늘어트린 여성의 형상으로 변해간다.
은빛실로 만들어진 여성의 형상은 오소마츠를 보며 나직한 웃음을 지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오소마츠에게 질문을 해온다.
오소마츠는 그것에 떨리는 입술을 열어 필사적으로 말을 지었다.
"...오소마츠..."
-그래, 너는 누구지--?
"그 녀석들의..장남..."
제차 물어오는 질문에 오소마츠는 마음속에 묻어둔 깊은 말을 꺼내었다.
"아니..사실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그러나 이제 그것은 아주 연약해져 있어
뒷말을 흐리게 되었지만.
-오소마츠-형제들을 사랑하느냐?
"....."
-그들이 너를 저주해도 그 아이들을 사랑하겠느냐..?
눈앞의 여성은 무척이나 부드럽게 오소마츠에게 말을 전했다.
하지만 오소마츠는 전혀 그것을 부드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검은 피가 흐르고 현기증이 짙어져
꺾이는 무릎을 겨우 지탱했다.
사랑해?
..그런 당연한것 물어봐도..
그렇다고, 그것 밖엔 대답할수 없는데도..
자신같은거 낄 자리조차 없이 웃던 형제들의 얼굴이 생각난다.
이제껏 자신에게만 차가웠던 형제들이 생각난다.
그 누구보다 차가웠던 카라마츠가 생각난다.
하지만 겨우 그런것으로,
정말 작은 그런 이유로 나는 그 녀석들을 부정할수없어.
그들이 나에게 저주를 내린다 하더라도..
난--
"그런거--당연한거야."
쿨럭--
검게 끓어오르던 피가 일순 솟구쳤다
덩어리 진 피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선명하게 붉은 피가 그 자리를 메우며 공간에 떨어진다.
"..그 녀석들의 장남..나는, 그 녀석들의 장남이야..
나는 무슨일이 있어도 그 녀석들을 포기하지 않을거니까.."
-......
"그리고..진심으로...그 녀석들은 그렇지 않아도 나는 그 녀석들이 없으면..
존재하지않아..살아갈 수 없어..
그 녀석들이 나를 저주한다고 해도..
난...나는...괜찮아!!!!장남이니까!!"
솔직하지만 어긋난 그 대답에 은빛실의 여성은 미소를 지었다.
-아아, 아주 잘했어 아가.
그래 너는 장남이란다..다섯 쌍둥이의 장남--
4명이 3명이 되어도..네가 장남이라는것은 변하지 않는단다..
오소마츠..너는 그런 그들을 위할수 있겠느냐..?
죽음을 서두르는 차남을 네 명으로 막을수 있겠느냐--?
"카라마츠를..?"
-그래, 무엇보다 너를 박대하는 그가 지금 죽음의 운명을 스스로 불러들이려 한다면..
너는 네 목숨으로 막아서겠느냐?
"..그런건, 당연한거야."
그 대답에 아주 만족한듯 여성은 환하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오소마츠,너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일인것이지.
자,그럼 내가 너에게 운명의 이끌림을 선사해주마
너는 이제 너의 첫번째 동생을 위해....
---
-받아 들이겠느냐?
"같은말하게 하지마. 당연한거니까..."
-그렇다면 아이야, 이 길을 따라가거라.
그가 잠이 들때에 그의 꿈으로 인도 될 길이니라.
"잠이 들때에..?"
-아직 그 아이에게는 밤이 아니로구나.
그러니 그 아이의 밤이 올 때까지만...
그때까지만 걸어가거라.
때가 되면 길이 열릴지니..
"알았어...고마워, 운명님."
오소마츠는 그렇게 말을 하며
여성이 가르쳐준 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은빛 실의 여성은 가만히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이야, 네가 그 말을 후회할 것을 내가 왜 모르겠느냐...
여성의 그 말은 마지막 오소마츠의 마지막 말인것인지
아니면 다른 때의 말인지...
그것은 그 은빛실의 여성만이 알겠지.
오소마츠가 이렇게 길로 돌아선것은
현실에서는 벌써 반나절 경이 지나
해가 질 무렵이었다.
쵸로마츠는 혹여 또 오소마츠가 눈이 떴을때 두려워할까봐
차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카라마츠를 부르는 방법을 선택했다.
불러온 카라마츠에게 아직 오소마츠가 의식이 돌아오지않았으니
강제로 밀어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폼을 잡으며 안쓰런 발언을 하는 카라마츠에게 평소처럼 태클을 걸기보다
그저 말없이 웃어보이는 쵸로마츠를 보자
카라마츠는 괜히 가슴이 미어졌다.
"쵸로마츠."
"...?"
"너무 무리 하지마라. 힘들어 보인다고..."
"..고마워 카라마츠형, 하지만 걱정해주지 않아도 나는 괜찮으니까."
"쵸로마츠..."
"어서 가봐, 해가 질 시간이야."
"알았다제...."
거기에서 더는 해답을 찾지 못하고 카라마츠는 하는 수 없이
등을 돌려 구름의 방을 빠저나왔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지상으로 본체를 밀어넣었다.
자연스럽게 달의 시간이 하늘에 물들며
해가 천천히 어둠으로 물들어간다
쵸로마츠가 능숙하게 어둠과 해의 경계선을 구름으로 감싸 가리면
지상에서는 이변 따위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고양이씨는 벌써부터 동산에 올라 그 장면을 두근두근하며 바라보았다.
평소에는 싫기만 한 태양의 색으로 물드는 노을의 시간도
오늘만큼은 너무나도 반갑다.
조금만, 앞으로 조금만 기다리면 달님의 시간이 온다.
그러나 그 두근거림도 잠시 이치마츠의 표정은 다시 생기를 잃는다
-나 같은거 다시 만나줄리 없잖아...
어제 내가 무슨짓을 했는데..
..
-..아냐..달님이라면...히힛..그 쓰레기를 감싸주는 눈빛...♥
아마 그 모습을 누가 보았다면 오락가락하는 환자인줄 알았을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진실일지도 모르는 일이지.
유독 느리게 흘러가는듯한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어둠의 시간이 되면 이치마츠가 기다리던 달님이 고개를 든다.
환하고 아름다운 푸른빛이 지상으로 쏟아져간다.
늘 달님을 바라보던 그곳으로 가 나무 밑에 자리를 잡으면
달님이 더욱 환하게 비춰보인다.
그 아래서 이치마츠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가벼운 발걸음이 공중에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순간 뒤로 인기척이 느껴저 이치마츠가 뒤를 돌아보면
아아, 그곳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름다운 달님이.
"이치마츠,"
달콤한 음성이 이치마츠의 귓가를 흔들고
마음을 흔든다.
확장된 동공과 벌려진 입은 터질듯이 뛰는 심장을 대변하는듯하다.
달님은 부드러운 손짓으로 새빨간 장미 꽃다발을 꺼내들었다.
저번과는 다른 단정한 옷과 우아하게 움직이는 몸동작.
달님,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장미 꽃다발을 내민다.
"이치마츠, 어제의 나의 무례를 용서하고--
나와 정식으로...데이트해줄수있겠는가.."
-에, 하..다...당연..
애달픈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카라마츠가 말해오자
이치마츠의 심장은 더는 견딜수도 없이 뛰어오며 그를 졸랐다.
그 심장의 조임에 이치마츠는 제대로 된 언어조차 구사하지못하고 굳어
얼굴을 붉혔다.
결국 목소리를 꺼내지 못하고 패닉에 빠진 이치마츠는
그저 맹목적으로 카라마츠의 품으로 돌진해서
안겨버렸다.
'에에에 진짜냐고 진짜 고백하러왔어 데이트란다 데이트!!!!어째!!!나 어째!!!!으아아아 달니임 신입니까 신이냐고!!
반대로 나 같은거 죽어!!!!
아,원래 달님은 신이지!!!!!!'
"이, 이치맛?!"
....
"..그런것인가,이치마츠는 샤이보이구나..후훗..고맙다 이치마츠..
나의 데이트를 받아 주어서.."
카라마츠는 금세 이치마츠의 대답을 알아차리고는
부드럽게 웃으며 이치마츠의 귀를 쓰다듬었다.
품안에 들어오는 작은 몸을 상냥하게 안아올리면
패닉으로 넋이 나갔던 이치마츠가 정신을 차린다
-다, 다..달님..
"아아, 레이디에게 이런 실례를..나의 이름은 카라마츠, 카라마츠라고...편하게 불러주길바라."
'무리 이젠 더 멋있잖아!!!'
속으로 비명을 지르는 이치마츠를 눈치채지 못한 채
카라마츠는 방긋 웃으며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이정도면 퍼펙트다제☆고양이씨의 하트에 Bang--☆'
토도마츠에게 잘 배워서 좋은 데이트장소까지 몰색 해왔던것이다.
자신은 더 이상 고양이 씨에게, 이치마츠에게 실례가 되는 짓은 하지않을것이다.
오늘 하루 퍼펙트하게 클리어 해보이겠어--
훗~
"이치마츠 함께 가고싶은곳이 있다. 어울려주겠는가--?"
(끄덕끄덕.)
너무 격한 반응이로군, 키티--현기증이 나지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그렇게나 내가 좋은것인가?
걱정마라 밤은 길다제--☆
카라마츠는 그런 이치마츠의 모습을 보며
더할 나위없는 행복을 느낀다.
귀엽고 앙증맞은 앞발에 키스를 하고
최대한 이치마츠가 편한 자세를 맞춰 안아들고는 길을 나선다.
토도마츠가 추천해준 코스는 총 3곳.
고양이씨에 대해서는 형제 모두가 알고있기때문에
그중 유독 섬세한 토도마츠가 고양이씨를 배려한곳으로 찾아준것이다.
털이 엉키는 바닷바람도 불지 않으면서도
바다가 보이는 산 등선에 위치한 작은 테라스.
언젠가 사람이 살았던곳이지만 이제는 버림받은 그곳을 토도마츠와 카라마츠가
아름답게 꾸며놓은곳이다.
하얀 테라스에는 마찬가지로 새하얀 원목 테이블과 의자 2개가 배치되어있다.
파란 융단이 깔리고 실크로 된 방석이 두개정도 쌓인 의자로
이치마츠를 올려주면
카라마츠는 반대편으로 마주앉는다.
그러면 한 사람과 한 마리, 그 위로 아름다운 별의 강이 펼쳐진다.
카라마츠는 환하게 웃으며 하늘을 가리켰다.
"이치마츠, 별이 아름답지않은가."
아츠시와 함께 있을 시간조차 부족하다며 툴툴거리던 토도마츠였지만
결국은 이렇게 별의 강을 만들어주는구나.
카라마츠는 그 사실이 기뻐 더 활짝 웃을수있었다.
물론 고양이씨, 이치마츠의 눈에는 카라마츠만 가득차서
별의 강의 아름다움은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카라마츠가 하늘에 흐르는 별의 강을 볼때
이치마츠는 그 별의 강을 바라보는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금빛 눈동자에 한 사람만이 가득 차 일렁인다.
그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게 빛나는 은빛 달님.
"이치마츠, 소개할사람이 있다."
-에..?
'갑자기?!뭐야 이 타이밍에?
ㅇ..에..?설마 전 여친?!아니면 현 여친?!'
"쥬시마츠."
"아잇아잇!!!"
카라마츠가 운을 때자
순식간에 밝은 빛과 스파크를 일으키며
허공에서 한 남성이 나타난다.
카라마츠와 같은 얼굴이지만 입이 벌어진 채 웃음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큰 차이였다.
한쪽 소매는 무릎까지 늘어트리고
한쪽 소매는 팔꿈치까지 찢은 상의에 반바지를 입고
무릎까지 오는 양말..
광인....?
"나, 쥬시마츠!!!!고양이씨 안녕!!!오늘은 에스코트하기 위해서 왔머스르!!"
-에스코..
"그렇다, 이쪽은 내 브라더--2번째 동생이지."
"두번째.."
"응!!!우리 5쌍둥이니까!!!!고양이씨도 형제 할래-?"
"논 논 논~쥬시마츠~이치마츠는 나의 신부가 될..."
--!!!!
화악--
말을 차마 다 잇지못하고 둘 다 얼굴이 붉어지자 쥬시마츠가 그 사이에서 해맑게 물어온다.
"세크로스하는 사이라는거야~?"
"쥬우시마츠으으읏--!!!////~"
-후와..세..세크..로...
"이치마츠읏 듣지 말아라 나의 미스테이크다제...마이 리를 브라더~
조금만 자중해주지않겠는가아.."
"응, 알았어!!"
'말하면 그만 둬 주는구나..'
"실례했다 이치마츠..말 그대로 쥬시마츠는 오늘의 보조!
이 험한 세상에서..이치마츠를 지켜줄것이다..
물론--메인은 나지만--☆"
-응..아..저기..그런데..
"무엇인가 이치마츠으~?"
-저 쪽은 내 말..알아 들을 수 있는거야?
"음?아아 쥬시마츠 말이군. 물론이다!우리 형제 전원 너의 말을 알아들을수있다.
뭐, 가능한 그 아름다운 목소리는 나에게만 전해주길 원하지만--"
-엣.../////
"처, 처음치곤 조금 Big한 발언이었나..하..하핫"
-...괜찮지, 않아...
"그런가.."
"...이 공기 짜증나~"
"힛..!"
"카라마츠형~이런 짜증나는 공기라면 나 돌아갈래~?
나 별로 호모도 아니고 리얼충 진심 죽어 일까낫!아하핫?"
"쥬시마츠..캐릭터가 바뀌었다제..."
-저..미안..불쾌하게 만들어서..그러니까..
"고양이씨한테 한 말 아니니까 괜찮슴다!
음, 나 고양이씨 마음에 들었으니까.
좋아!"
"쥬시마츳 이치마츠는--"
"알아!카라마츠형이랑 세크로스 하는 사이인거지?
그치만 나는 세크로스 목적이 아니니까 안심 안심~
고양이씨 엄청 귀여우니까 좋은것뿐~"
-귀여워....?엣..?!세크로스??!!
"훗..고양이씨의 큐트는 세계제일이지..
하지만 쥬시마츠..처음부터 끝까지 잘못 되었다고~
나와 고양이씨는 세크로스는 하지않아..
오케이?"
"오케이!"
"좋아 쥬시마츠. 아무래도 오늘은 피곤한거 같으니 돌아가도 괜찮다제~"
"그치만 방금 왔는걸 싫어!"
"쥬우시마..."
-..난 괜찮아, 카...달님.
"카라마츠라고 불러도 괜찮은데도,"
-나 역시 달님이 좋으니까..
"그런것인가..뭐,괜찮은 법이다!
오늘은..첫 데이트지만 이치마츠에게 줄 선물도 있다는것이다."
-선물..?
"아아, 마지막 너에게 줄것이지만..
성급한 하트가 지금이라고 외치고 있군.
...받아주겠나?"
카라마츠가 떨리는 손으로 내민것은
은빛사슬로 연결된 푸른 다이아 목걸이.
푸른빛을 빛내는 다이아 한알이 아름답게 매달려있다.
"이치마츠는 화려한것도 좋지만..
이런 수수하고 청아한 아름다움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물론 사이즈도 맞을것이다..!"
-예쁘다....
달빛을 그대로 투과하며 빛나는 그것은 무척이나 아름다워 이치마츠는 그것을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았다.
카라마츠가 조심스럽게 이치마츠의 목에 그것을 걸어주고 웃으면
이치마츠 역시 미소로 대답한다.
이 사람과 있는 시간이 행복하다.
더는 죽고싶지않다.
자신이 쓰레기라고 해도
이 시간만큼은 그것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반짝이며 빛나는 그를 보면
더러운 나까지 정화되는것 같아.
아아, 달님...
"사랑한다--이치마츠,"
그거 알아?
지금 당신 얼굴, 엄청 붉다는거 말야--
-이치마츠가 형제가 아닙니다
-6명 전부 인간이 아닙니다
-카라이치 아츠토도 입니다
-오소쵸로오소 요소 있습니다
-캐붕있습니다
-막장주의 입니다!!
이 하루는 본래 없던 하루였습니다
필자가 고민끝에 하루만에 모든 일이 일어나면 막장이라고 판단.
급히 하루를 더 만들었습니다
다음편과 어색하게 이어질수도 있고
오히려 더 막장일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카라마츠가 돌아가고
토도마츠는 부드러운 침대에 누워 토끼씨를 꼬옥 끌어안았다.
보들보들한 솜털인형인 토끼씨는 토도마츠의 품안에서 형편없이 일그러져간다.
"하아.."
지독한 수마가 토도마츠를 덮쳐오지만
토도마츠는 쉽게 잠들지못했다.
오소마츠 형이 아프기때문일까,
늘 어둠을 가르고 비쳐들어오던 태양빛이
이제는 미세해서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어둠위로 금색 휘장이 펼처진듯 하늘하늘 나부끼던 빛의 향연은
토도마츠가 늘 오소마츠에게 짜증을 내던 부분이었지만
사실 그것에 안정을 느끼고 매일 잠들수 있었던건데.
미세해서 당장이라도 끊어질것같은 금빛자락을 바라보며 토도마츠는 한숨을 쉬었다.
"조금 허전..한가,"
그러나 곧 고개를 저으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토끼씨를 끌어안고 눈을 감고 다른 생각은 하지않도록
덮쳐오는 수마에 몸을 맡기면
금세 수마에 휩쓸려 잠에 빠진다.
.
.
지상에서는 구름이 하늘을 가득 덮고있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겨울이 다가오는것이 불행중 다행으로
평소보다 약한 햇빛을 쵸로마츠가 구름으로 감싸버린것이다.
현재 이치마츠는 그것에 만족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젯밤 호수에 뛰어 들어서 그런지 작게 재채기가 나왔지만
아무 상관없었다.
오히려 이치마츠는 다시 한번 호수에 들어가 가만가만 세수도 하고 꼬리도 빗었다.
자고 일어났는데도 두근거림이 떠나질 않아서
쓰레기지만, 쓰레기인 자신이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단장하면--
-..쓸대없네 정말...히힛..
이치마츠는 열중해서 빗던 꼬리를 일순 내던졌다
-뭐하는거야 나..사랑에 빠진 소녀?역겹네..
그냥 이대로 있으면 될텐데..
어제 그런짓 해버렸고..
내 성격 알면 달님같은거 떠나가버릴텐데..
....
이치마츠는 시선을 내려 물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더벅하게 엉킨 우중충한 털과
생기없이 반쯤감긴 더러운 노란 눈.
형편없는 외모에 어디 하나 좋은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카라마츠는 아름다운 보랏빛 털과 금색 눈이라며 무척이나 빠져있는것이지만
아직 말하지 않았으니 이치마츠가 알 길은 없다.
이치마츠의 눈으로 보면 자신은 그저 더러운 길고양이 그 이상도 아니다.
어느날은 그 이하로 쓰레기가 되는 날도 있지만
더러운 길 고양이 이상이 되는 날은 일절없었다.
이치마츠의 입에서는 한숨이 흘러나온다.
얼마전에 봤던 달빛 털을 가진 아기고양이가 떠오른다.
자신이 그런 털을 가졌다면,
더럽고 칙칙한 색의 노란눈이 아니라
아름답고 투명한 푸른빛 눈을 가졌다면
자신은 좀 더 아름다웠을까.
그랬을까?
이제와서는 전부 쓸대없는 걱정이다.
자신에게 이름을 지어줬던 어머니라는 고양이는 그런 털빛과 눈을 가졌었던것 같은데.
이제는 아득한 기억이다.
이치마츠는 잡생각을 떨치려는듯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밥이나 먹으러가자..
더 이상 다른 생각은 하지않으려고 이치마츠는 동산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쩐지 오늘은 마을에 가고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숲에서 돌아다니는 쥐라도 물어뜯을 생각으로
이치마츠는 유유히 수풀사이로 사라져갔다.
.
.
.
그때의 오소마츠는 꿈을 꾸고 있었다.
검은 물 사이를 유영하며 오소마츠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어둡고 답답한 물에 숨이 막혔지만 의무적으로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면
차가운 빛이 천천히 스며들고
어느샌가 검은 물은 오색으로 물들어간다.
파랑,초록,보라,노랑,분홍.
자신의 색 대신 낮선 보라색이 형제들의 색을 유유히 흐르러간다.
낡은 필름이 재생되듯이 물 너머에 노이즈가 생긴다.
그때에 본 것과 마찬가지로 너무나도 환하게 웃고있는 자신의 형제와
또한 자신이 모르지만 자신과 무척이나 닮은 한 남자가 보인다.
반쯤 눈을 감은 생기가 없어보이는 눈이지만
카라마츠와 얘기 할때만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들은 즐거운듯 웃으며,
오소마츠가 들어갈 틈 따위는 없다는듯
자기들만의 얘기에 빠져있었다.
그때에 쵸로마츠가 화면 너머로 사라지고
이내 돌아올 때에는 아기 한명을 안고 있다.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병을 입가에 가져가면
그 아이는 성급하게 병에 입을 대고
내용물을 마셨다.
아이의 얼굴은 보이지않지만
저 병은 기억에 있는 병이다.
어렸을적 어머니가 자신들에게 물려주던 생명의 병.
신의 아이에게만 허락된 저것을
저 아이가 마시고 있다면...
"....두 사람의 아이인가..?"
자연스럽게 차남의 품에 안겨있는 남성에게 눈이 간다.
자신과 닮았지만 자신이 아닌 남자.
배일을 머리에 두르고 발끝으로 끌리는 치마를 입고
차남의 품에 꼬옥 매달려 미소짓고 있다.
"...카라마츠..고양이씨는 포기한건가..?"
전혀 그런 느낌은 안들지만.
혹시 저 남자가 고양이씨?
하지만 그런게 가능한건가?
자신들은 생명의 신이 아니다.
고양이를 사람으로 바꾸는 방법따위 모를뿐더러 할 수도 없을것이다.
결국 오소마츠는 꿈 속의 환상이라고 결단을 내렸다.
환상이라고만 칭하기에는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어째서인지 가슴이 쑤셔 괴로웠지만.
다시 화면이 넘어가고 이번에는 두 사람이 비쳐진다.
자신을 닮은 남자와 카라마츠.
카라마츠는 한번도 자신에겐 지어주지 않던 환한 미소를 짓고있었다.
동생들에게만 허락된 그 자상하고 따뜻한 웃음을
카라마츠는 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있었다.
오소마츠는 그제서야 어쩌면 저 사람이 또 다른 자신의 형제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은 쌍둥이다.
그러니까 오소마츠와 닮은게 아니라
정말 다른 형제들과도 닮은 또 다른 형제일수도 있는것이다.
하지만 다음 장면에서는 카라마츠가 부드럽게 그에게 입맞춤을 하는것이 보여진다.
오소마츠는 바로 그 생각을 버려버렸다.
욱신--
"어라라, 왜 이렇게 아프지--?
차남군 미소 때문인가..?
설마 그깟 미소하나 못봤다고 이러는거야?"
아냐.
"난 형아인데도..이상하네...정말.."
그런게 아냐...
".....형아,인데도.."
자신에겐 보여주지않았던 미소.
동생들에게만 허락된 그것을
낮선 사람에게?
결국 오소마츠는 저 사람보다 동생들보다
무쓸모 무가치.
그것은 아프도록 느끼고 있는것이었지만
막상 자신이 모르는 사람에게 그 미소를 보이고
입을 맞추는 차남을 보니 심장이 찢어질듯 아파왔다.
너무나도 눈부시게 행복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에
결국 오소마츠는 작게 흐느끼고 말았다.
"나도...나도 웃어줬으면 했는데...
나도..저렇게..신경써주길 바랬는데...
어째서 나는 안되는거야..어째서...!"
오소마츠의 흐느낌따위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듯
스크린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하얗게 눈이 쌓인 산등선에서 눈을 굴리는 쥬시마츠와 그 남자, 토도마츠.
카라마츠는 느긋하게 웃고있고
쵸로마츠는 따뜻한 천에 아이를 감싸고 나무 밑에 마련된 의자에 숄을 두르고 앉아있다.
또 다른 장면으로는
쥬시마츠가 그 남자의 손을 잡고 심천계를 돌아다니거나
토도마츠와 카라마츠가 옆으로 붙어 함께 옷을 만든다거나 하는
누가보아도 화목의 표본이라고 할수 있을법한 풍경들이었다.
그리고 역시 그 자리에는 오소마츠는 없고
오소마츠의 존재조차 언급되지않는다
모든 장면에는 오소마츠의 존재가 빠져있는데도
형제들은 너무나 행복한듯 웃고있다.
부서질듯 삐걱거리던 오소마츠의 마음 한켠에서
결국 견디지 못한 채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오며 메아리첬다.
"아..."
아파.
아파,아파..아파...
가슴에서 무언가가 끓어넘쳤다
무의식적으로 가슴에 손을 대어보면
검게 끓어오르는 피가 꿀럭거리며 가슴에서 부터 넘쳐 흘러갔다.
오소마츠의 입에서는 아무소리도 나지않고
쉬어버린 신음만 흘렀다.
피가 흐르고 흘러 바닥에 흥건히 고였는데도
오소마츠는 죽지않고 지독한 현기증만을 느끼며 바닥에 엎드렸다
가쁜 숨이 섹섹거리며 터져나오고
현기증에 머리가 마구 흔들렸다.
"쵸로마츠..."
어라..?
나 왜 지금 쵸로마츠를,
아아 모르겠어.
아파..너무 아파,이젠 싫어...
아픈건 싫어..어두운건 싫어....
무서워 무서워 누가 도와줘--
....아냐..?
아무도..도와주지않아..?
너희에게 나는--
(장.남.따.위)
너희에게 나는 필요없는 존재인거야?
장남이..아닌거야..?
"카라마츠...쥬..시마츠..토도마츠읏.."
"나는..뭐야..?너희한테 나는 뭐야..."
안 그런척 열심히 투덜거리고 자신을 내치고
싫어하는 척 욕설도 서슴치않던 동생들이지만
오소마츠는 알고있었다.
동생들이 누구보다 자신을 의지해주고 있다는것을.
그래서 무너지지 않고 웃을수 있었다.
그러니까 아픈것도 괴로운것도 말하지않았다.
그렇지만 이젠 그런것도 거짓으로 느껴질만큼..
"사실은...아무도 날 신경 안쓴다는거..알고있지만..
의지해줬잖아...
흣...장남이었잖아--!!!"
흐아아아아,
오소마츠의 괴로운 울음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져 메아리쳤다.
메아리치고 메아리 쳐서 다시 오소마츠의 귓가로 돌아왔다.
다시금 스크린이 흘렀지만
오소마츠는 괴로운듯 더는 싫어, 라고 중얼거리며
몸을 웅크렸다.
-오소마츠 형,
"...!!!"
쵸로마츠?
쵸로마츠의 목소리...?
슥--
스크린에 비춰지는것은 쵸로마츠와 그 아이.
작은 팔을 뻗고 쵸로마츠의 뺨을 어루 만지고있다
그러면 쵸로마츠는 활짝 웃으면서 아이를 어르듯 다정하게 흔들었다.
"오소마츠--"
아이의 목소리는 들리지않지만 쵸로마츠의 목소리만은 확실히 들려
오소마츠의 귓가를 울렸다.
뭐야..쵸로마츠, 나는 여기 있는데 누굴 부르는거야?
난 여기 있어, 여기 있는데도..
너는 어딜 보고있어--?
그 목소리는 희망을 찾았던 오소마츠에게 더 큰 절망을 주었다.
멈췄던 눈물이 다시 한줄기 흘러내렸다.
오소마츠의 눈은 생기를 잃고 까맣게 변해간다.
스크린이 지직거리며 흩어지고 공간은 순식간에 오소마츠를 집어삼켜
다른곳으로 인도한다.
정신을 차려보면
심천계의 어딘가 처럼 어둡고 깊은 공간에
은빛 실자락이 한쪽으로 가늘게 뻗어있다.
가슴에서는 여전히 검은 피가 끓어넘치고
생기를 잃은 눈은 빛을 찾아 더듬거렸다
빛을 찾던 오소마츠의 손이 허무하게 뻗어져 은빛 실자락에 닿으면
그 실은 순식간에 오소마츠를 휘감아
저 먼 영원으로 오소마츠를 인도한다.
그 순간 오소마츠는 정신을 차렸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깊숙한 기억을 강제로 끄집어 내는듯한
감각으로,
저 아래 수면에 잠겨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언젠가 오래전 자신들의 어머니가 가르쳐 준 것이 있다
오소마츠만을 불러 그를 슬프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언젠가 너는 운명에게 이끌림 당할거란다.
하지만...
운명에게 이끌림..
뒷말은 기억의 흐림에 기억나지않았지만
어머니께서 진지하게 그 일을 함구한것과
영원으로 이끄는 운명의 이끌림을 들은것은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의 오소마츠는 아주 어려서 그것을 이해 하지는 못했지만
때가 오면 은하의 은빛 실자락이 오소마츠를 영원으로 이끌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일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영원 저편에서 부드러운 선율이 들려온다.
-오소마츠,
-너는 누구지?
은빛실이 마구 뒤엉켜 긴 머리를 늘어트린 여성의 형상으로 변해간다.
은빛실로 만들어진 여성의 형상은 오소마츠를 보며 나직한 웃음을 지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오소마츠에게 질문을 해온다.
오소마츠는 그것에 떨리는 입술을 열어 필사적으로 말을 지었다.
"...오소마츠..."
-그래, 너는 누구지--?
"그 녀석들의..장남..."
제차 물어오는 질문에 오소마츠는 마음속에 묻어둔 깊은 말을 꺼내었다.
"아니..사실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그러나 이제 그것은 아주 연약해져 있어
뒷말을 흐리게 되었지만.
-오소마츠-형제들을 사랑하느냐?
"....."
-그들이 너를 저주해도 그 아이들을 사랑하겠느냐..?
눈앞의 여성은 무척이나 부드럽게 오소마츠에게 말을 전했다.
하지만 오소마츠는 전혀 그것을 부드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검은 피가 흐르고 현기증이 짙어져
꺾이는 무릎을 겨우 지탱했다.
사랑해?
..그런 당연한것 물어봐도..
그렇다고, 그것 밖엔 대답할수 없는데도..
자신같은거 낄 자리조차 없이 웃던 형제들의 얼굴이 생각난다.
이제껏 자신에게만 차가웠던 형제들이 생각난다.
그 누구보다 차가웠던 카라마츠가 생각난다.
하지만 겨우 그런것으로,
정말 작은 그런 이유로 나는 그 녀석들을 부정할수없어.
그들이 나에게 저주를 내린다 하더라도..
난--
"그런거--당연한거야."
쿨럭--
검게 끓어오르던 피가 일순 솟구쳤다
덩어리 진 피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선명하게 붉은 피가 그 자리를 메우며 공간에 떨어진다.
"..그 녀석들의 장남..나는, 그 녀석들의 장남이야..
나는 무슨일이 있어도 그 녀석들을 포기하지 않을거니까.."
-......
"그리고..진심으로...그 녀석들은 그렇지 않아도 나는 그 녀석들이 없으면..
존재하지않아..살아갈 수 없어..
그 녀석들이 나를 저주한다고 해도..
난...나는...괜찮아!!!!장남이니까!!"
솔직하지만 어긋난 그 대답에 은빛실의 여성은 미소를 지었다.
-아아, 아주 잘했어 아가.
그래 너는 장남이란다..다섯 쌍둥이의 장남--
4명이 3명이 되어도..네가 장남이라는것은 변하지 않는단다..
오소마츠..너는 그런 그들을 위할수 있겠느냐..?
죽음을 서두르는 차남을 네 명으로 막을수 있겠느냐--?
"카라마츠를..?"
-그래, 무엇보다 너를 박대하는 그가 지금 죽음의 운명을 스스로 불러들이려 한다면..
너는 네 목숨으로 막아서겠느냐?
"..그런건, 당연한거야."
그 대답에 아주 만족한듯 여성은 환하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오소마츠,너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일인것이지.
자,그럼 내가 너에게 운명의 이끌림을 선사해주마
너는 이제 너의 첫번째 동생을 위해....
---
-받아 들이겠느냐?
"같은말하게 하지마. 당연한거니까..."
-그렇다면 아이야, 이 길을 따라가거라.
그가 잠이 들때에 그의 꿈으로 인도 될 길이니라.
"잠이 들때에..?"
-아직 그 아이에게는 밤이 아니로구나.
그러니 그 아이의 밤이 올 때까지만...
그때까지만 걸어가거라.
때가 되면 길이 열릴지니..
"알았어...고마워, 운명님."
오소마츠는 그렇게 말을 하며
여성이 가르쳐준 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은빛 실의 여성은 가만히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이야, 네가 그 말을 후회할 것을 내가 왜 모르겠느냐...
여성의 그 말은 마지막 오소마츠의 마지막 말인것인지
아니면 다른 때의 말인지...
그것은 그 은빛실의 여성만이 알겠지.
오소마츠가 이렇게 길로 돌아선것은
현실에서는 벌써 반나절 경이 지나
해가 질 무렵이었다.
쵸로마츠는 혹여 또 오소마츠가 눈이 떴을때 두려워할까봐
차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카라마츠를 부르는 방법을 선택했다.
불러온 카라마츠에게 아직 오소마츠가 의식이 돌아오지않았으니
강제로 밀어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폼을 잡으며 안쓰런 발언을 하는 카라마츠에게 평소처럼 태클을 걸기보다
그저 말없이 웃어보이는 쵸로마츠를 보자
카라마츠는 괜히 가슴이 미어졌다.
"쵸로마츠."
"...?"
"너무 무리 하지마라. 힘들어 보인다고..."
"..고마워 카라마츠형, 하지만 걱정해주지 않아도 나는 괜찮으니까."
"쵸로마츠..."
"어서 가봐, 해가 질 시간이야."
"알았다제...."
거기에서 더는 해답을 찾지 못하고 카라마츠는 하는 수 없이
등을 돌려 구름의 방을 빠저나왔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지상으로 본체를 밀어넣었다.
자연스럽게 달의 시간이 하늘에 물들며
해가 천천히 어둠으로 물들어간다
쵸로마츠가 능숙하게 어둠과 해의 경계선을 구름으로 감싸 가리면
지상에서는 이변 따위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고양이씨는 벌써부터 동산에 올라 그 장면을 두근두근하며 바라보았다.
평소에는 싫기만 한 태양의 색으로 물드는 노을의 시간도
오늘만큼은 너무나도 반갑다.
조금만, 앞으로 조금만 기다리면 달님의 시간이 온다.
그러나 그 두근거림도 잠시 이치마츠의 표정은 다시 생기를 잃는다
-나 같은거 다시 만나줄리 없잖아...
어제 내가 무슨짓을 했는데..
..
-..아냐..달님이라면...히힛..그 쓰레기를 감싸주는 눈빛...♥
아마 그 모습을 누가 보았다면 오락가락하는 환자인줄 알았을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진실일지도 모르는 일이지.
유독 느리게 흘러가는듯한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어둠의 시간이 되면 이치마츠가 기다리던 달님이 고개를 든다.
환하고 아름다운 푸른빛이 지상으로 쏟아져간다.
늘 달님을 바라보던 그곳으로 가 나무 밑에 자리를 잡으면
달님이 더욱 환하게 비춰보인다.
그 아래서 이치마츠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가벼운 발걸음이 공중에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순간 뒤로 인기척이 느껴저 이치마츠가 뒤를 돌아보면
아아, 그곳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름다운 달님이.
"이치마츠,"
달콤한 음성이 이치마츠의 귓가를 흔들고
마음을 흔든다.
확장된 동공과 벌려진 입은 터질듯이 뛰는 심장을 대변하는듯하다.
달님은 부드러운 손짓으로 새빨간 장미 꽃다발을 꺼내들었다.
저번과는 다른 단정한 옷과 우아하게 움직이는 몸동작.
달님,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장미 꽃다발을 내민다.
"이치마츠, 어제의 나의 무례를 용서하고--
나와 정식으로...데이트해줄수있겠는가.."
-에, 하..다...당연..
애달픈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카라마츠가 말해오자
이치마츠의 심장은 더는 견딜수도 없이 뛰어오며 그를 졸랐다.
그 심장의 조임에 이치마츠는 제대로 된 언어조차 구사하지못하고 굳어
얼굴을 붉혔다.
결국 목소리를 꺼내지 못하고 패닉에 빠진 이치마츠는
그저 맹목적으로 카라마츠의 품으로 돌진해서
안겨버렸다.
'에에에 진짜냐고 진짜 고백하러왔어 데이트란다 데이트!!!!어째!!!나 어째!!!!으아아아 달니임 신입니까 신이냐고!!
반대로 나 같은거 죽어!!!!
아,원래 달님은 신이지!!!!!!'
"이, 이치맛?!"
....
"..그런것인가,이치마츠는 샤이보이구나..후훗..고맙다 이치마츠..
나의 데이트를 받아 주어서.."
카라마츠는 금세 이치마츠의 대답을 알아차리고는
부드럽게 웃으며 이치마츠의 귀를 쓰다듬었다.
품안에 들어오는 작은 몸을 상냥하게 안아올리면
패닉으로 넋이 나갔던 이치마츠가 정신을 차린다
-다, 다..달님..
"아아, 레이디에게 이런 실례를..나의 이름은 카라마츠, 카라마츠라고...편하게 불러주길바라."
'무리 이젠 더 멋있잖아!!!'
속으로 비명을 지르는 이치마츠를 눈치채지 못한 채
카라마츠는 방긋 웃으며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이정도면 퍼펙트다제☆고양이씨의 하트에 Bang--☆'
토도마츠에게 잘 배워서 좋은 데이트장소까지 몰색 해왔던것이다.
자신은 더 이상 고양이 씨에게, 이치마츠에게 실례가 되는 짓은 하지않을것이다.
오늘 하루 퍼펙트하게 클리어 해보이겠어--
훗~
"이치마츠 함께 가고싶은곳이 있다. 어울려주겠는가--?"
(끄덕끄덕.)
너무 격한 반응이로군, 키티--현기증이 나지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그렇게나 내가 좋은것인가?
걱정마라 밤은 길다제--☆
카라마츠는 그런 이치마츠의 모습을 보며
더할 나위없는 행복을 느낀다.
귀엽고 앙증맞은 앞발에 키스를 하고
최대한 이치마츠가 편한 자세를 맞춰 안아들고는 길을 나선다.
토도마츠가 추천해준 코스는 총 3곳.
고양이씨에 대해서는 형제 모두가 알고있기때문에
그중 유독 섬세한 토도마츠가 고양이씨를 배려한곳으로 찾아준것이다.
털이 엉키는 바닷바람도 불지 않으면서도
바다가 보이는 산 등선에 위치한 작은 테라스.
언젠가 사람이 살았던곳이지만 이제는 버림받은 그곳을 토도마츠와 카라마츠가
아름답게 꾸며놓은곳이다.
하얀 테라스에는 마찬가지로 새하얀 원목 테이블과 의자 2개가 배치되어있다.
파란 융단이 깔리고 실크로 된 방석이 두개정도 쌓인 의자로
이치마츠를 올려주면
카라마츠는 반대편으로 마주앉는다.
그러면 한 사람과 한 마리, 그 위로 아름다운 별의 강이 펼쳐진다.
카라마츠는 환하게 웃으며 하늘을 가리켰다.
"이치마츠, 별이 아름답지않은가."
아츠시와 함께 있을 시간조차 부족하다며 툴툴거리던 토도마츠였지만
결국은 이렇게 별의 강을 만들어주는구나.
카라마츠는 그 사실이 기뻐 더 활짝 웃을수있었다.
물론 고양이씨, 이치마츠의 눈에는 카라마츠만 가득차서
별의 강의 아름다움은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카라마츠가 하늘에 흐르는 별의 강을 볼때
이치마츠는 그 별의 강을 바라보는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금빛 눈동자에 한 사람만이 가득 차 일렁인다.
그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게 빛나는 은빛 달님.
"이치마츠, 소개할사람이 있다."
-에..?
'갑자기?!뭐야 이 타이밍에?
ㅇ..에..?설마 전 여친?!아니면 현 여친?!'
"쥬시마츠."
"아잇아잇!!!"
카라마츠가 운을 때자
순식간에 밝은 빛과 스파크를 일으키며
허공에서 한 남성이 나타난다.
카라마츠와 같은 얼굴이지만 입이 벌어진 채 웃음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큰 차이였다.
한쪽 소매는 무릎까지 늘어트리고
한쪽 소매는 팔꿈치까지 찢은 상의에 반바지를 입고
무릎까지 오는 양말..
광인....?
"나, 쥬시마츠!!!!고양이씨 안녕!!!오늘은 에스코트하기 위해서 왔머스르!!"
-에스코..
"그렇다, 이쪽은 내 브라더--2번째 동생이지."
"두번째.."
"응!!!우리 5쌍둥이니까!!!!고양이씨도 형제 할래-?"
"논 논 논~쥬시마츠~이치마츠는 나의 신부가 될..."
--!!!!
화악--
말을 차마 다 잇지못하고 둘 다 얼굴이 붉어지자 쥬시마츠가 그 사이에서 해맑게 물어온다.
"세크로스하는 사이라는거야~?"
"쥬우시마츠으으읏--!!!////~"
-후와..세..세크..로...
"이치마츠읏 듣지 말아라 나의 미스테이크다제...마이 리를 브라더~
조금만 자중해주지않겠는가아.."
"응, 알았어!!"
'말하면 그만 둬 주는구나..'
"실례했다 이치마츠..말 그대로 쥬시마츠는 오늘의 보조!
이 험한 세상에서..이치마츠를 지켜줄것이다..
물론--메인은 나지만--☆"
-응..아..저기..그런데..
"무엇인가 이치마츠으~?"
-저 쪽은 내 말..알아 들을 수 있는거야?
"음?아아 쥬시마츠 말이군. 물론이다!우리 형제 전원 너의 말을 알아들을수있다.
뭐, 가능한 그 아름다운 목소리는 나에게만 전해주길 원하지만--"
-엣.../////
"처, 처음치곤 조금 Big한 발언이었나..하..하핫"
-...괜찮지, 않아...
"그런가.."
"...이 공기 짜증나~"
"힛..!"
"카라마츠형~이런 짜증나는 공기라면 나 돌아갈래~?
나 별로 호모도 아니고 리얼충 진심 죽어 일까낫!아하핫?"
"쥬시마츠..캐릭터가 바뀌었다제..."
-저..미안..불쾌하게 만들어서..그러니까..
"고양이씨한테 한 말 아니니까 괜찮슴다!
음, 나 고양이씨 마음에 들었으니까.
좋아!"
"쥬시마츳 이치마츠는--"
"알아!카라마츠형이랑 세크로스 하는 사이인거지?
그치만 나는 세크로스 목적이 아니니까 안심 안심~
고양이씨 엄청 귀여우니까 좋은것뿐~"
-귀여워....?엣..?!세크로스??!!
"훗..고양이씨의 큐트는 세계제일이지..
하지만 쥬시마츠..처음부터 끝까지 잘못 되었다고~
나와 고양이씨는 세크로스는 하지않아..
오케이?"
"오케이!"
"좋아 쥬시마츠. 아무래도 오늘은 피곤한거 같으니 돌아가도 괜찮다제~"
"그치만 방금 왔는걸 싫어!"
"쥬우시마..."
-..난 괜찮아, 카...달님.
"카라마츠라고 불러도 괜찮은데도,"
-나 역시 달님이 좋으니까..
"그런것인가..뭐,괜찮은 법이다!
오늘은..첫 데이트지만 이치마츠에게 줄 선물도 있다는것이다."
-선물..?
"아아, 마지막 너에게 줄것이지만..
성급한 하트가 지금이라고 외치고 있군.
...받아주겠나?"
카라마츠가 떨리는 손으로 내민것은
은빛사슬로 연결된 푸른 다이아 목걸이.
푸른빛을 빛내는 다이아 한알이 아름답게 매달려있다.
"이치마츠는 화려한것도 좋지만..
이런 수수하고 청아한 아름다움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물론 사이즈도 맞을것이다..!"
-예쁘다....
달빛을 그대로 투과하며 빛나는 그것은 무척이나 아름다워 이치마츠는 그것을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았다.
카라마츠가 조심스럽게 이치마츠의 목에 그것을 걸어주고 웃으면
이치마츠 역시 미소로 대답한다.
이 사람과 있는 시간이 행복하다.
더는 죽고싶지않다.
자신이 쓰레기라고 해도
이 시간만큼은 그것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반짝이며 빛나는 그를 보면
더러운 나까지 정화되는것 같아.
아아, 달님...
"사랑한다--이치마츠,"
그거 알아?
지금 당신 얼굴, 엄청 붉다는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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